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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4[아롱 테크] 게처럼 옆으로 가는 크랩 주행, 비결은 '인휠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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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05-04 11:25
[아롱 테크] 게처럼 옆으로 가는 크랩 주행, 비결은 '인휠모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한 글로벌 자동차가 영화 아바타 제작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미래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약 30도가량 옆으로 수평이동이 가능해, 소위 ‘게걸음’과 같은 움직임으로 마치 파충류같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구현해 많은 관심을 모았지요.
이처럼 게가 옆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크랩주행이나 앞뒤로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회전(제로 턴)할 수 있는 자동차가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실제 차량으로 주행시험로와 일반도로를 달리면서 바퀴를 90도로 접은 채 게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주행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네 바퀴를 각기 다른 각도로 제어해 마치 피겨스케이팅의 스핀동작처럼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제로턴을 하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크랩주행을 통해 비좁은 주차공간에서 복잡한 핸들조작을 하지 않고도 손쉽게 평행주차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진으로 막다른 길을 돌아나가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도 제로턴 한번이면 쉽게 전진주행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달리는 사선주행과 운전자가 지정한 차량 내외부 임의의 위치를 중심축 삼아 원하는 각도만큼 차량을 자유롭게 회전시키는 피봇 턴을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사선주행을 활용하면 부드럽게 앞차를 추월할 수 있고, 전면주차가 필요한 경우 피봇 턴으로 차량을 90도만 돌리면 돼 일반 차량처럼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거나 크게 선회할 여유공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요.
자동차가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해진 이유는 각각의 바퀴에 구동모터를 달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구동트레인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휠모터(In Wheel Motor)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각각의 바퀴에 전기구동모터를 비롯해 전자식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서스펜션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인휠모터 기술은 2000년대 초반 한 글로벌 타이어제조사가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출력이 3배 이상 높은 전기모터를 탑재함으로써 엔진다운사이징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았지요.
이후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인휠모터 개발에 나섰지만 전 세계에서 아직 양산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여전히 선행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기구동트레인과 브레이크, 조향시스템, 서스펜션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만큼 설계과정이 까다롭고 동력성능 및 내구성 확보 등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되고 자동차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러한 인휠모터 기술은 전기차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런트와 리어 액슬을 타이어와 통합함으로써 차량 설계시 필요에 따라 차량제원을 혁신적이며, 쉽게 조절할 수 있어 기존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휠모터시스템은 드라이브 샤프트(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해주는 기계 부품)와 같은 별도의 동력전달 부품이 필요없어 전기모터의 구동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한 전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동화차량의 주행거리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기존 구동시스템이 바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공간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외에도 각각의 휠에 직접 연결된 4개의 고성능 전기모터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지능적인 토크배분으로 4륜구동이 가능함은 물론 좌우바퀴의 토크제어(토크벡터링)를 통해 최적의 선회성능과 차체자세제어 성능을 제공합니다.
주행상황에 따라 각 휠이 별도로 주행할 수 있어 크랩주행이나 제로 턴과 같은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새로운 차량움직임도 가능하지요. 실제로 국내 부품제조사가 개발한 인휠모터시스템의 경우 전후, 좌우의 효율적인 토크분배를 통해 선회성능 향상과 함께 약 20% 이상의 전비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까운 미래 도로에서 사선으로 그어진 차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아롱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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