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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직접 만들겠다...꿈 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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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04-13 17:25

[김흥식 칼럼]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직접 만들겠다...꿈 깨세요

미국 국립환경청(EPA)이 12일 공개한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한 환경 규제 정책을 놓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2032년까지 신차 판매량 67%를 전기차로 충당하는 일이 가능할지, 그래서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또 하나 이슈는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였다. 가격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생태계를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다.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적극적인 완성차 브랜드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에도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를 통해 자체 생산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파워코는 폭스바겐이 지난해 설립한 배터리 회사다. 폭스바겐은 더 나아가 '포드 등 다른 완성차에 우리가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처음 언급한 때는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였다. 2021년 파워데이에서는 유럽 내에 총생산 능력 240GWh의 6개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2년 6개월이 지나고 여기저기 첫 삽을 뜬 곳도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배터리와 관련해 진척된 사항은 알려진 것이 없다. 

폭스바겐이 언급한 240GWh 규모의 배터리 셀 구축은 더 황당한 얘기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중국 CATL, 한국 엘지엔솔을 합친 연간 생산 능력도 아직 300GWh 수준에 불과하다. 전 세계 모든 이차전지 생산량을 모두 합쳐야 올해 2000GWh를 조금 넘길 전망이다. 제아무리 폭스바겐이라고 해도 실현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폭스바겐 내재화 선언이 더 황당했던 건 전기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배터리는 돈이 많다고 자원을 갖고 있다고 간단하게 만들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다. 전기차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중 핵심은 '양극활물질(양극재)'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양극재 생산 기술을 가진 기업은 에코프로, LG화학, 엘엔에프, 포스코케미칼 단 4곳뿐으로 모두 한국 기업이다. 차종, 차급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니켈 함량을 90% 이상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는 울트라 하이니켈, 97% 이상을 실현한 기술도 오직 한국 기업에만 있다는 사실이다. K-배터리가 이렇게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완성차든 배터리 내재화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혹 수십년 후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완성차 몇 곳이 배터리 내재화 운운하는 건 그걸 알면서도 공급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금 완성차 업체가 직접, 또는 어느 정도 기술을 갖고 있는 자회사나 협력사를 통해 배터리를 내재화하겠다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K-배터리와의 초기술 격차를 좁히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테슬라도 배터리와 관련해 과대 포장된 것들이 있다. 많은 사람은 모델3에 탑재한 원통형 배터리가 테슬라의 것, 내재화한 것으로 믿는다. 테슬라 기술로 개발해 생산을 맡기고 공급받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차전지의 시작부터 할 얘기가 많지만 테슬라가 보유한 배터리 관련 특허는 미미하다. 실제 엘지엔솔이 갖고 있는 배터리 특허는 2만 4000여개, 테슬라는 700여 개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기회 있을 때마다 차세대 제품으로 소개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도 사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1865(지름과 높이를 나타낸다)를 2개 합치면 2170, 3개를 합친 것이 4680이다. 모델 3에는 2170 원통형 배터리 4300여개가 들어간다.

배터리 폼펙터 가운데 원통형은 가장 초기의 형태다. 무게는 물론 형태의 특성상 원형이 겹치는 부분에서 낭비되는 공간이 많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각형, 견고한 비닐재질로 배터리를 감싸 무게를 크게 줄인 파우치형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4680 배터리를 '에너지 집적도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는 16%나 증가된 배터리'라고 자랑해 왔지만 실제 차량에 사용됐다는 얘기는 없다.

그런데도 국내 일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모델 Y에 4680 배터리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어떤 모델로 출력과 토크, 주행 거리 등 제원이 바꾸지 않았다. 만약 그런 추정대로 모델 Y에 어떤 용량의 4680 배터리를 사용했다면 제원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의심해 볼 대목이다.  

요지는 이렇다. K-배터리는 길게 30년, 짧게 10년 이상 실패와 좌절을 딛고 집요하고 방대한 연구와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여기저기 수많은 업체가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K-배터리 기술 장벽에 막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니 요즘 들어 자주 언급되는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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