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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4[김흥식 칼럼]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전기차 배터리 정체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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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8-08 11:45
[김흥식 칼럼]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전기차 배터리 정체를 밝혀라!
전기차 화재는 놀랍지도 않은 흔한 일이 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4건, 2022년 43건, 작년 72건, 지난 5일 기준, 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29건에 달했다. 내연기관차가 그 이상으로 많기는 해도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화재는 잦아지고 있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처음 10만 대를 돌파했고 지난 7월 기준 60만 6610대로 6배 이상 늘었다. 전기차 화재 대부분이 배터리 때문일 것으로 보겠지만 그렇지도 았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집계된 121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 가운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상이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 문제가 29건으로 뒤를 잇는다. 문제는 일반도로에서 발생한 사고가 4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하 등 주차장에 세워놓은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46건이나 됐다는 점이 무척 공포스럽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재난을 불러온 인천 청라 아파트 벤츠 전기차 화재도 주차한 차량에서 배터리부터 시작하는 발화로 시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엄청난 피해와 함께 온 국민이 관심사가 불이 난 차량의 배터리에 집중됐지만 벤츠 코리아는 '조사 중'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조차 각종 결함 논란의 중심에 있는 파라시스의 초저가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벤츠가 왜 그렇게 배터리 정보를 감추고 싶어했는지 이유가 엿보인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성능뿐 아니라 핵심인 열관리 시스템(BMS)의 안전성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판매 금지 조치와 리콜 명령을 받았던 곳이다.
뭘 쓰든 상관이 없지만 세계 최고 프리미엄 명차라는 벤츠 EQE에 듣보잡 업체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구매를 했을 고객은 몇이나 됐을까 싶다. 벤츠가 지금까지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배터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지 않았을까?.
한 네티즌은 'EQE 배터리가 중국 내에서도 하위 업체의 제품이라니 벤츠가 막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직관하는 것 같다'라며 '이번 화재 사고 현장에 벤츠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세계적 명차인지, 자격은 있는지 묻고 싶다.
전기차 배터리는 소비자에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전체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40% 이상에 달한다. 그런데도 대부분 제조사는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제원을 표시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를 홍보하면서 주로 남의 것을 쓰는 경우 세계 최고, 명품 등으로 포장을 한다. 다른 건 배터리 용량, 주행 가능 거리가 전부다.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인지 리튬이온(NCM) 계열 인지를 표시해 준 것만 해도 친절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국산차나 수입차나 전기차의 제원을 공개하면서 배터리의 종류를 표시하고 있지만 벤츠는 그 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수 천만 원짜리 배터리를 사고도 그게 어떤 종류이고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벤츠 고객들은 알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를 홍보하면서 기술력을 인정 받은 세계 최고 브랜드의 시스템, 안전 및 편의 사양이라고 포장을 한다. 그러면서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아무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묵살되고 있다.
소비자는 선택의 권리가 있다. 수 만개 부품으로 완성하는 자동차는 특히 사소한 부품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내연기관차보다 많게는 수 천만 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배터리의 원산지와 제조사 정보는 반드시 알리도록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2월 도입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제조사가 원산지와 제조사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으면 벤츠처럼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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