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제네시스 사고, 자동차 명장의 시스템 오류 주장 근거의 '오류'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사고를 자동차 결함과 운전자 과실 비율로 7:3이라고 언급한 자동차 전문가 주장과 관련해 근거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의견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지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최근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 카123텍 대표가 출연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해당 방송에서 박 대표는 '앞으로 CCTV, 블랙박스, EDR 자료를 더 면밀히 봐야 하지만 일단 운전자 과실은 3 그다음 자동차 결함 문제, 자동차의 어떤 제어 문제가 있었다를 7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의견의 근거로 언론에 소개된 사고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차량이 굉음을 내고 달렸고, 운전자의 버스 운전 경력이 40년이 넘었음에도 제대로 대처 못 한 것은 자동차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그는 사고 차량이 마지막에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것처럼 천천히 정차한 것과 관련해 '사고 차량은 유압 브레이크가 아니라 컴퓨터가 잘 서고 안 서고를 전자제어 한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한 번 밟았지만 해당 차량은 ABS 기능이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컴퓨터에서 제어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작동이 안 됐다가 어떤 접촉 사고가 난 다음에 다시 정상으로 올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대표는 '자동차 특성상 다른 차하고 해당 차량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존 브레이크하고 다르다'라며 '사고 차량은 전자제어로 만약에 앞에 어떤 물체가 나오면 운전자가 운전을 잘못하더라도 브레이크가 우선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세우는 그런 장치가 있다. 저렇게 사고까지 안 날 수 있는 차인데, 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그게 작동 안 됐다는 얘기기 때문에, 그게 다 먹통이 될 수밖에 없고 나중에 정상으로 왔다고 하면, 이게 전자적인 부분이 바로 그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주장은 해당 사고 차량이 2018년형 제네시스 G80 차량이라는 부분에만 집중한 데 따른 것으로 구체적 옵션 적용 등에 대한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박 대표가 언급한 차량 전면에 물체가 나타날 경우 차량이 스스로 제동하는 전방충돌방지보조 시스템의 탑재 유무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또 해당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제동이 더 위험할 수 있는 경우를 감안해 가속페달이 일정 수준 이상 밟힐 경우 기능이 해제된다.    

이 밖에도 박 대표의 사고 차량이 긴급제동장치 문제로 리콜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해당 차량은 관련 리콜을 진행한 바 없고, 사고 두 달 전까지 종합점검에서 전 영역 양호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램프를 통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유무를 판단하는 것과 관련해 ECU가 램프의 점등을 직접 관여한다는 그의 주장과 EDR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 전문가답지 못한 발언이다. 

현재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브레이크 램프는 단순히 페달을 밟아야 점등되는 구조로 일반 전선으로 직접 연결되어 ECU와는 관계가 없다. 또 EDR의 경우 사고 시점 이전의 5초 동안 정보를 비휘발성 메모리에 기록 및 저장하기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판단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 운전자 차 씨가 차량 급발진을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했을 가능성에도 조사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 전후 기록장치 추출 내역과 CCTV 영상 등 6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하는 한편 운전자 차 씨에 대해 가능한 빠르게 방문 조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훈기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