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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1[르포] ‘페라리’ 모든 차량이 탄생하는 곳…’伊 마라넬로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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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7-03 11:45
[르포] ‘페라리’ 모든 차량이 탄생하는 곳…’伊 마라넬로 본사’
페라리는 최근 마라넬로 본사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갖춘 e-빌딩을 준공, 브랜드 최초 순수전기차 생산 준비에 돌입했다.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페라리 마라넬로 본사를 방문해 생산 라인 곳곳을 직접 살펴봤다.
페라리의 도시 이탈리아 마라넬로…1947년 첫 차량 출고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페라리 마라넬로 본사에 도착했다. 브랜드 상징인 도약하는 말(카발리노)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공장을 드나들고 있었다.
1947년 첫 차량을 생산해 출고한 이래로 페라리의 모든 차량은 이곳 마라넬로 본사에서 탄생했다. 페라리 최초의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슈퍼카 ‘SF90 스트라달레’와 컨버터블 버전 ‘SF90 스파이더’, 페라리 로드카 역사상 최초로 6기통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탑재한 스포츠카 ‘296 GTB’ 등이 모두 이곳 마라넬로 본사에서 제작됐다.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를 운영하는 페라리는 마라넬로 본사에 모터스포츠를 위한 연구 시설도 운영 중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현재까지 F1을 비롯한 전 세계 레이스에서 5000회 이상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곳 마라넬로 본사에서 나온다. 마라넬로는 페라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를 담아내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생산 라인을 둘러보기에 앞서 까다로운 보안 검사가 진행됐다.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는 안내가 여러 차례 나왔다. 보안 절차를 마치고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는 페라리만의 제조 공정을 직접 살펴보기 시작했다.
페라리 장인의 손길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생산 공정…하루 60대만 생산
생산 라인에 들어섰다. 눈앞에는 자동화 공정을 이끄는 첨단 로봇과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작업 중인 페라리 장인이 어우러진 현장이 펼쳐졌다. 페라리는 자동화 공정을 일부 제조 과정에만 적용하며, 그 결과물도 장인이 다시 손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 생산 방식을 고수한다. 세상에 단 한대뿐인 나만의 페라리 제작을 돕는 브랜드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개인화) 프로그램 ‘테일러 메이드’ 때문이다.
페라리 관계자는 “차량 실내외 색상과 소재부터 어떤 직물과 가죽, 제작 기법을 사용할 것인지 등등 자사는 수많은 개인화 옵션을 제공하므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 하나하나를 자동화 공정에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동화 공정이 적용된 부분 또한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페라리가 고수하는 생산 방식이다. 기계에만 의존하지 않는 까다로운 품질 검사를 거치므로 하루 생산량은 60대 수준으로 제한된다”고 말했다.
페인트숍에서는 페라리 고객 주문에 따라 유광과 무광 등으로 세분화한 차량 도색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 대의 차량을 여러 색상으로 도색할 수도 있다고 한다. 패인트숍의 작업 과정은 총 21단계로 구분된다. 이곳에서도 로봇과 사람이 나란히 도장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량 섀시가 두 개의 자동 스테이션을 통과하면 도장 작업이 완료되며, 소요 시간은 22분(스테이션 하나당 11분)이다. 빨간색 페라리 차량 하나 당 평균 약 4kg의 페인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섀시 도색을 마치면 컴퓨터는 10~12곳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데이터를 수집, 섀시에 색상이 올바르게 도포됐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도 퍼스널라이제이션 주문을 수용하기 위해 페라리 장인이 나선다. 페인트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킹 테이프를 부착한 후 손으로 일일이 페인트를 도포하는 방식이다. 탄소 섬유와 같은 재료 위로 디테일하게 페인트를 도포하는 경우, 6시간 가까이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같은 색상 조합은 고객 요청에 따라 2백만 가지 이상이 가능하다고 페라리 측은 강조했다.
도색을 마친 형형색색의 차량 섀시가 조립 라인에 들어섰다.
거대한 자동화 기계가 도색을 마친 차량 섀시 상부와 하부를 들어 올려 라인 위에 올린다. 이후 상단에는 전기 장치, 하단에는 파워트레인이 장착되기 시작한다. 페라리 차량임을 상징하는 스쿠데토(Scudetto) 엠블럼 등 외부 디테일 작업과 실내 가죽 대시보드 설치 작업이 이어진다. 생산 라인 기술자는 손으로 조정하는 특수 로봇으로 좁은 차량 내부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대시보드를 설치하는 기술을 뽐낸다. 기술자는 각 단계에서 모든 나사와 고정장치가 제대로 체결됐는지 확인하는 품질 점검도 진행한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가 배치되고 프론트와 리어에 자리한 센서, 헤드라이트 주변 범퍼 등을 고정하자, 점차 페라리 차량의 윤곽이 드러난다.
마라넬로 본사 생산 라인에서 목격한 또 하나의 인상적인 풍경은 엔진 조립 과정이다.
엔진을 수제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페라리는 실제로 마라넬로 본사에서 장인의 손길로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엔진 조립 구역 내 V8 라인에서는 매일 정밀한 공정에 따라 생산한 피스톤을 페라리 장인이 직접 엔진에 체결하고 있었다.
페라리는 ‘장인정신을 통한 섬세한 조립과 자동화 컨트롤’이라는 철학을 지녔다. 즉, 작업자의 기술력과 판단력으로 엔진을 조립하고, 첨단 기술로 데이터 측정 및 분석을 병행, 작업 과정에서 어떠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생산 철학을 펼치는 것이다.
페라리는 장인이 조립한 엔진 품질을 점검하기 위해 저온 테스트도 활용한다. 저온 테스트는 전기모터를 크랭크축에 연결해 연료를 주입하거나, 연소하는 과정 없이 엔진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로봇에 장착된 내·외부 센서로 수천 개의 데이터 매개 변수를 수집, 엔진 품질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판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라넬로 생산 공정에서는 장인의 손길과 첨단 기술이 맞물려 세계적인 스포츠카가 탄생하고 있었다.
미래차 성능 및 디자인 연구하는 ‘스타일링 센터’…페라리 유산 보존 ‘클래시케 프로그램’
생산 공정 투어를 마치고 페라리 미래차 성능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스타일링 센터’로 이동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는 5000 평방 미터의 크기로 총 네 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건물 외관에는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3000여개의 삼각형 유리조각과 알루미늄 모듈을 부착했다고 한다. 페라리 스포츠카의 유려한 라인을 건물 외관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스타일링 센터에는 페라리 디자인 수장인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를 비롯해 100여명의 디자이너 및 기술자가 근무 중이다. 페라리 차량 미학과 기능 사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첨단 솔루션을 고안하는 장소다. 스타일링 센터에 들어서자, 기술자와 디자이너가 어우러져 차세대 차량 성능 테스트와 미래 디자인을 논의하고 있었다. 증강현실 글라스와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여러 가상환경 속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해 더 나은 선택을 돕는 방식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미래 핵심 전략을 테스트하는 장소인 만큼, 보안유지를 위해 특수 유리를 사용,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스타일링 센터를 나와 클래시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클래시케 프로그램은 페라리 유산을 유지하고 고객과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페라리는 1947년 브랜드 창립 이후 차량 및 기술 관련 기록을 세세하게 보관하고 있다. 클래식 차량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다.
페라리 고객이 클래시케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어느 시점에 단종된 차량이든 관계없이 보관된 기록을 바탕으로 오피치네 클래시케 부서의 복원 전문가들이 차량 유지 보수를 돕는다. 단 튜닝 등 임의로 차량 부품을 바꾸지 않고 출고 상태 그대로 오리지널 사양을 준수했을 경우만 클래시케 프로그램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1962년형 페라리 250 GTO 등 페라리 헤리티지를 담고 있는 클래식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라리는 전동화 물결에 합류하며 브랜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를 생산할 e-빌딩도 마라넬로 본사에 마련했다.
페라리는 e-빌딩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제작하며, 소비자가 어떤 파워트레인을 요구하든지 수용 가능한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페라리는 2025년 첫 순수 전기차 출시와 함께 2026년까지 전체 생산 차량 수 대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전동화라는 자동차 업계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페라리는 브랜드 뿌리인 마라넬로 본사를 중심으로 차분히 다음 세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장인의 손길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앞세워 변화를 수용하는 페라리의 모습을 생산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 / IT동아 김동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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