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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SU7이 남긴 포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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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4-30 11:25

샤오미 SU7이 남긴 포인트들



4월 29일, 샤오미 SU7이 1만대 양산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론칭 시점으로부터 불과 32일 만이다. 토네이도처럼 전 세계의 관심을 한바탕 쓸고 지나갔던 샤오미 SU7이다. 양산이 본 궤도에 오른 지금 우리는 샤오미와 SU7이 남긴 주요 포인트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왜냐 하면 샤오미와 SU7의 론칭을 통하여 중국 전기차의 현황, 지향점, 그리고 반면교사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반면교사 혹은 경쟁자(경쟁국)의 SWOT 분석을 통하여 우리의 전략을 수립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륙의 실수’
우리가 샤오미 브랜드에서 떠올리는 첫 번째 말이다. 즉, 샤오미는 절대적인 가성비를 바탕으로 이전의 중국산 저가 제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준수한 품질을 제공한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소품 위주로 시작되었던 샤오미의 제품군은 점차 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가의 방향으로 넓어졌다. 공기 청정기로 대표되는 생활 가전, 미 밴드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LCD TV 등의 대형 스마트 가전, 그리고 마침내 Mi 시리즈 프리미엄 스마트 폰으로 영역이 확장된다. 노트북과 스마트 패드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샤오미는 사업 영역을 넓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품에서 대형으로, 저가에서 고가로, 기초에 첨단으로 영역을 높여간 것이다.

요컨대 샤오미는 점차 프리미엄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진화시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샤오미 최초의 자동차가 고가 고성능의 SU7이었던 것이 전혀 생뚱맞은 것만은 아니라는 배경이 된다. 그래서 샤오미는 SU7을 선보이면서 ‘샤오미 스마트 폰에 바퀴를 달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프리미엄 스마트 폰 시장에서 증명한 실력과 안정감을 자동차 산업 출범에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SU7의 초기 품질 문제에서 지적을 받는 것을 볼 때 새로운 사업 영역인 자동차는 확실히 스마트폰과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샤오미가 자신이 경험을 많이 쌓은 스마트 폰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SU7에 커넥티비티 생태계를 강조하고 인포테인먼트 설계에 집중한 대신 차량 생산 자체는 외주로 시작하는 것 또한 샤오미의 특징을 잘 반영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샤오미의 OEM 위탁 생산 생태계다.



샤오미는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즉,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즉 OEM 혹은 ODM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조달한다. SU7도 중국 베이징의 북경기차(BAIC) 오프로드 생산 공장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다.

처음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발표하며 프로젝트 모데나를 공개했을 때, 샤오미는 기가캐스팅 장비의 도입 등 첨단 생산 기술을 채용한 자체 전기차 생산 공장을 베이징 인근에 건립할 것을 함께 발표했었다. 이것은 그동안 샤오미가 주로 채택했던 OEM 혹은 ODM 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접근법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끌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동차 생산 공장의 신규 건축이 면허제로 전환되면서 샤오미의 전기차 직접 생산에 제동이 걸린다. 그리고 샤오미는 앞서 말했듯 북경기차에게 SU7의 생산을 위탁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샤오미는 자신들이 익숙한 원래의 제품 생산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다양한 기술 분야가 접목되는 종합 공업 제품인 전기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 생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SU7의 북경기차 위탁 생산은 샤오미가 설계한 부분과 북경기차의 자동차 노하우가 접목된 형태, 즉 OEM과 ODM의 중간 어디쯤에서 결정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즉, 샤오미는 전기차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위탁 생산을 통하여 얻었다는 뜻이다.



이 학습 과정이 샤오미와 SU7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SU7이 샤오미에게는 통합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즉, 샤오미는 글자 그대로 ‘바퀴 달린 스마트 폰’으로 SU7을 커뮤니케이션한다. 고성능 맥스 버젼까지 출시할 정도로 고가 –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낸 SU7이지만, SU7의 강점은 자동차 자체로서의 완성도보다는 IT 생태계와의 연결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IT 커넥티비티 생태계를 구현했다고 할 지라도 SU7은 신생 자동차 제작사의 첫 제품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해외 인플루언서의 체험 사례 및 초기 고객 리포트 등을 통하여 주행 안정성, 휠과 서스펜션의 취약한 강성, 동력 성능 대비 부족한 제동 성능 등 자동차의 기본기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SU7 뿐만 아니라 샤오미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샤오미가 지금까지 다루어 보았던 어떤 제품보다도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소재 등을 결합하여 체계를 완성해야 하는 종합 산업 제품이기 때문이다. AP의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냉각 장치를 강화하고 배터리를 추가하는 하드웨어 보강과 과열 방지 소프트웨어 정도로 대응할 수 있었던 스마트 폰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인 것이다. 즉, 대형 배터리와 고성능 모터 만으로 조종 성능의 부족을 대응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샤오미 SU7은 완성도 측면에서 초보자의 실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자신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하여 크리스 뱅글, 포르쉐 타이칸을 베낀 듯한 디자인,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기가 캐스팅 등의 첨단 제조 기술, 그리고 샤오미 고유의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스펙 등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확실히 중요한 전기가 될 듯 하다. 폭스콘과 함께 팹리스 – 파운드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했었던 애플도 포기한 전기차다. 그러나 훨씬 다양한 업종의 파운드리들을 성공적으로 컨트롤하며 지금까지 승승장구한 샤오미다.

따라서, 샤오미는 북경기차와의 위탁 생산을 통하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동차 산업의 노하우를 흡수할 것이다. 이미 32일만에 초기 양산 1만대를 기록했다는 것에서 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샤오미는 기존 자동차 생산 면허를 가진 공장을 인수하는 등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직접 생산에 뛰어들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그렇게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샤오미는 파운드리를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샤오미의 전기차 파운드리 위탁 생산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것은 자동차 산업 구조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자동차 제작사들의 존재 이유에서 커다란 부분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자동차 제작사의 경쟁력은 체계 통합 능력에서 일단 좌우될 것이고, 그 다음은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여 다음 단계의 제품을 설계하는 기획 및 설계 능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위탁 생산 업체, 즉 파운드리를 컨트롤하여 양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협업 능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의 레거시 자동차 OEM들이 여기에서 얼마나 강점을 갖고 있을까? 어쩌면 대형 부품사인 티어 1들이 오히려 미래 기술 기획과 생산 공정 관리에는 더 유리한 점이 있지 않을까?

샤오미가 SU7과 함께 던진 궁금증은 의외로 큰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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