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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3-07 17: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3] 끈끈한 구수함 '용궁 단골식당' feat. BMW X5
경북 예천 삼강(三江)에서는 계절마다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매년 9월 열리는 '삼강주막 나루터 축제'의 지난해 모습이다.(사진 예천군)
정지용은 시 고향에서 ‘산 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라며 나이 들어 고향을 돌아본 소감을 썼다. 고향 예천이 그랬다. 강과 산, 들판은 그대로였다. 새들도 바람 소리도 그대로인데 그때의 안정감, 풍요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고향이었다.
멱 감던 소년들도 없고, 넓적한 돌에 빨래를 두드리던 아낙들도 없는 예천은 그립기만 하고 정작 찾아오면 떠도는 구름 같은 울적함을 준다. 그 울적함 때문에 고향에 온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땐 국밥이 제격이다. 예천에는 서울 사람들도 안다는 국밥집이 있다. 그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제는 사람들이 꼬리 지어 줄을 선다. 험지는 아니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시골에 한 시간 이상을 줄 서는 국밥집이 있다는 소문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경북 예천을 휘감는 삼강(三江)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부산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는 물자는 사람과 함께 삼강 주변에 큰 주막을 형성하게 했고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의 삼강주막이 보존돼 있다. 사진은 경북 예천 용궁 단골식당이다.
그것이 아무리 흔한 순댓국이라고 할지라도.
예천 용궁면에 위치한 단골식당. 예천군이 산지가 많은 것에 비해 용궁면은 작은 평야가 펼쳐진 곳에 있다. 바다와 한참 먼 내륙의 논밭 한 가운데 작은 마을이 용궁이라는 지명을 쓰고 있다. 용과 연관 있는 지명이 주변에 있었거나 바다의 용궁을 육지에 만들고 싶었던 욕망이 지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문헌을 찾다 내린 쉬운 결론이다.
무엇보다 여기가 순대로 유명해진 유래가 더 궁금하다. 용궁면 근처에는 삼강주막이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잘 알려진 이곳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난다고 해 삼강이다. 강을 통해 내륙으로 이어지는 물자들이 왕성하게 드나들던 요충지였다. 삼강으로 온 물자들은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옮겨갔다. 경상도의 육로를 연결하는 수로로써 삼강이 만나는 곳은 보부상과 사공들로 넘쳐났다.
부산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는 물자는 사람과 함께 삼강 주변에서 큰 주막을 이루었고, 주막에는 얼큰하고, 구수하고, 시원한 국이 늘 솥에서 끓고 있었다. 마침 예천 지역은 집마다 소와 돼지를 많이 키웠고 도축장과 소, 돼지, 닭을 거래하는 오일장이 흔했다. 예천의 마을 중에서도 용궁면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지역이었다.
용궁 단골식당에서는 느끼한 맛이 없고, 담백하면서도 끈끈하게 구수함을 살린 순댓국을 맛볼 수 있다.
단골식당의 첫 주인이 마을에 흔했던 돼지 막창에 여러 가지 채소와 선지, 당면, 부추, 찹쌀을 넣어 용궁 장날에 국밥으로 팔면서 그 인기가 대를 이어 지금까지 성행하게 됐다고 한다. 첫 주인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분주하게 오가는 단골식당 안은 단아하다. 기다린 시간만큼 순댓국은 무난했다. 무난한 순댓국을 만나기가 어려운 요즘, 단골식당의 맛은 노력으로 찾은 맛이다.
약간 싱겁다고 느끼는 순간 새우젓과 잘게 썬 고추를 넣고 국물을 휘저어 간을 맞추면 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찾아온다. 고기와 순대가 충분하고 국물이 들락날락할 때는 끈끈한 구수함이 전해온다. 국물은 맑은 듯 진하고, 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럽게 씹힌다. 순대 하나를 통으로 입에 넣으면 내용물을 감싸고 있던 막창이 쫄깃하게 씹히고 선지를 필두로 당면과 익은 채소들이 조화롭게 입안 가득 구수함을 전한다.
순댓국에 오징어불고기를 반찬처럼 곁들여 먹으면 두 맛의 조합이 왜 어울리지 하며 놀라게 된다.
오래 삶은 돼지 머리 고기와 내장 부위들이 골고루 들어가 있고, 손질 후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국물의 개운함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씹는 재미를 더해준다. 느끼한 맛이 없고, 담백한데 깊이가 있는 순댓국을 만난 기분이다. 아무렇지 않게 한 끼 때울 요량으로 먹던 순댓국이 원래는 이런 맛이었구나, 감탄한다.
여기에 오징어불고기를 반찬처럼 곁들여 먹으면 두 맛의 조합이 왜 어울리지 하며 놀라게 된다. 오징어불고기는 경북 지방에서 생선을 숯불에 구워 먹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양미리, 간고등어와 같이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음식을 경상도 북부지방 사람들은 소죽을 끓인 등걸불에 불맛을 입혀 구워 먹는다. 단골식당의 오징어불고기도 사실은 오징어 석쇠 구이 같은 방식이다. 잡자마자 배 안에서 얼린 오징어에 양념을 발라 구운 오징어불고기는 사실 불맛 보다 양념에 숨은 비결이 있어 보인다.
첫 주인이 하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자손 주인들의 노력이 고맙다.
곁들여 내오는 찬들의 맛도 구수하다. 예천 전통 막걸리가 더해져 고향을 찾아온 나그네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 준다.
단골식당을 나서며 아쉬웠던 점은 오래된 전통과 이야기가 있는 식당이 정서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줄 서서 먹는 소문난 맛집이지만 삼강과 보부상,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일장에서 웅성거리며 먹던 순댓국에 얽힌 사람들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 역사적 감정마저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매몰된 것이 아닌가, 서운했다. 그러한들 어떡하겠는가! 고향을 찾아온 나그네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 주었으면 그만한 게 없겠다 싶다.
예천을 떠나는 아쉬움에 낙동강 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며 상념에 젖어 보았다. 그날의 소년과 아낙들은 없지만 여전히 천천히 흐르는 낙동강과 옷자락을 펼친 듯한 비봉산이 그대로여서 감사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때 고향을 찾아가 보는 것은 잘한 일이었다.
[글과 사진 양승덕/정리 김흥식]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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