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5,023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2-22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2] 마음 아릿한 인연 '예천 삼일따로국밥' feat. BMW X5
따로국밥은 큰 솥에 소뼈를 고은 육수에 고추가루, 파, 마늘, 무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다음 뚝배기에 국 따로 밥 따로 내는 경북의 향토음식이다.
춘삼월이 코앞이라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몸을 움직여 뭐라도 부딪혀 만나고 깨어 나고 싶은 계절이다. 개구리 마냥 겨울 잠에서 일어나 동네를 산보하고 나뭇가지 끝에서 만져지는 봄의 촉감을 느껴 본다. 봄이면, 김시천 시인의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는 시구처럼 마음이 아릿한 인연들이 떠오른다.
첫사랑이거나, 먼저 떠난 가족이거나, 소식이 끊긴 친구이거나.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지는 날, 이해인 시인의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 드립니다’로 닿지 않을 안부를 묻는다.
‘고향’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봄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너른 들판, 산으로 난 길, 큰 회나무 세 그루가 마을 중앙 동산에 있고, 낙동강 금모래 밭이 비봉산을 따라 길게 누워 있던 마을. 예천. 감각적으로 봄이다 싶으면 예천이 생각난다. 첫 국밥은 고향 근처가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북 예천으로 들어 가는 길, 반딧불이의 고장 예천은 봄이 되면 안부가 궁금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뜨거운 희망은 항상 태어난 자리 혹은 초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 ‘너에게 묻는다’로 유명한 예천 출신 시인 안도현도 고향으로 돌아와 생가 옆에 집을 짓고 계간지 ‘예천산천’을 창간했다.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예천은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막무가내의 개발에서 소외돼 온 곳”이라며 개발 덜 된 고향을 자랑했다. 그가 스무 살에 쓴 시 ‘낙동강’은 유년의 나를 키워준 젖줄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백산맥 자락에 자리잡아 안동, 영주, 문경, 의성과 연해 있으면서 내성천과 낙동강이 감싸 돌아 나가는 반딧불이의 고장 예천은 봄이 되면 안부가 궁금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그 안식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국밥은 봄과 함께 맞춤한 위로를 줄 것이다.
예천은 순대국밥으로 유명하다. 용궁면에 위치한 용궁단골식당과 박달식당이 대표적이다. 예천 읍내로 가면 현대국밥이 돼지국밥으로 유명하고, 삼일따로국밥이 선지국밥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예천 읍내 ‘맛고을 문화의 거리’에 있는 삼일따로국밥을 대망의 첫 국밥집으로 선택했다.
옛 추억의 벽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펼쳐져 있고, 대형 양은 솥이 연탄불 위에 올려져 있다.
따로국밥은 큰 솥에 소뼈를 고은 육수에 고추가루, 파, 마늘, 무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 다음 뚝배기에 국 따로 밥 따로 내는 경북의 향토음식이다. 육개장, 장터국밥과 비슷한데 내륙지방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다. 잔칫날도, 장례를 치를 때도 고향마을에서는 마당 한 귀퉁이에 큰 솥단지를 걸고 구수한 따로국밥을 끓여 손님을 치르곤 했다.
국물에 닭고기를 넣으면 닭개장이 되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넣으면 육개장이 된다. 고기를 넣지 않아도 토란이나 대파, 고사리를 듬뿍 넣어 국 본연의 맛을 내기도 한다.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없었던 산골 살림을 지탱하기 위해 지혜를 짜낸 음식이기도 하다. 뭇국, 시래기국, 김칫국도 산골에서 나는 재료의 한계를 바탕으로 어릴 적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그 특별할 것 없는 따로국밥을 첫 국밥여행의 한끼로 택한 것도 기억 너머 추억의 아는 맛 때문이리라.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을 돌아 나가자마자 곤충의 고장 예천은 이제는 나그네 된 고향 사람을 묵묵히 맞는다. 삼일따로국밥이 있는 예천 읍내도 묵묵하다. 조용한 시골 읍내가 정겹기만하다. 식당은 참 보잘 것 없다. 1981년부터 시작한 따로국밥 전문이라는 것을 문 밖에서 알 수 있다. 옛 추억의 벽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펼쳐져 있고, 대형 양은 솥이 연탄불 위에 올려져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남자 주인이 부엌에서 밖으로 난 창문을 열고 솥에서 푹 끓인 국물을 뚝배기에 담는다. 오밀조밀 아무렇게나 식탁이 늘어져 있고 차림표가 따로 없다. 큼직한 선지 덩어리가 숭덩 썰어 넣은 무와 어우러진 순수한 붉은 색의 국이 탐스럽다.
밥 따로 국 따로. 삼일따로국밥은 함께 나오는 반찬을 무시할 수 없다. 고등어 구이, 호박전, 오이 무침이 경상도 북부지방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무짠지, 감자 조림, 양상추 샐러드가 구색을 거든다. 푹 끓인 국은 이웃집 잔칫날 마당 귀퉁이에서 아지매가 떠 주던 국과 꼭 닮았다. 구수하면서도 중간을 지키는 간이 입안에서 고향을 느끼게 해 준다. 밥 한 술, 국 두 숟가락을 뜬다.
천천히 국 속을 들여다보면 선지, 무, 콩나물, 대파가 도드라지지 않고 연대하여 전통의 맛을 풍긴다. 이게 무슨 맛일까? 표현이 어려울 즈음 공기밥 절반을 넣고 말아먹으면, 어릴 때 먹던 국밥 맛을 상기시킨다. 한 가지 차이라면 이 집은 고사리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사리의 씹히는 맛을 뺀 건 국물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법일까, 원가의 문제일까, 고민하다 생각을 접었다. 맛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일 따로국밥은 큼직한 선지 덩어리를 숭덩 썰어 넣은 무와 어우러진 순수한 붉은 색이 탐스럽다.
예천에서 만난 고향 국밥은 처음부터 국밥의 본연에 충실했다.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데 세월이 녹아 든 맛은 2024년의 희망을 길어 올리는 시작 같았다. 우리네 인생을 너그러운 산책처럼 만들어 주는 국밥. 차를 몰고 내성천 신작로에 다다를 때까지 따로국밥의 구수한 맛이 식객을 배웅했다.
글과 사진 양승덕
오토헤럴드/[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342. 르노그룹, 앙페르와 중국 R&D센터 중심으로 미래 개척한다
[0] 2025-05-22 16:45 -
엘앤에프, 국내 배터리업체와 LFP 공급 협약 체결…중저가 전기차·ESS 시장 본격 진출
[0] 2025-05-22 16:45 -
피아트, 첫 3륜 전기 상용차 ‘트리스’ 공개
[0] 2025-05-22 16:45 -
볼보, 구글과 협력 강화…차량에 '제미나이' AI 도입 예정
[0] 2025-05-22 16:45 -
BMW, i7 테스트 차량에 전고체배터리 탑재…솔리드파워와 공동 개발
[0] 2025-05-22 16:45 -
닛산, 6세대 '마이크라' 전기차로 유럽 출시
[0] 2025-05-22 16:45 -
포드·현대에 이어 토요타도…미국 소형 트럭 시장 진입 예고
[0] 2025-05-22 16:45 -
현대차·기아-인천국제공항공사, AI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검증 협력
[0] 2025-05-22 16:45 -
현대차그룹, '월드 하이드로젠 서밋 2025' 참가…글로벌 협력 강조
[0] 2025-05-22 16:45 -
자동차 美 관세 부과 직격탄… 전달 이어 5월 수출도 6.3% 감소 비상
[0] 2025-05-22 16: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EV 트렌드] 기아 전기 픽업 '타스만' 막바지 단계… 레인저와 혹한기 테스트 중
-
한자연, 친환경 하이브리드를 주제로 교류의 장 마련
-
'이 정도면 미니버스' 캐딜락, 전장 5.77m 롱버전 에스컬레이드 IQL 개발
-
韓, 중국산 수입국 3위 '전기차' 중심...지난해 신규 등록 내수 3.9% 증가
-
'스뎅을 썼나' 테슬라 사이버트럭, 스테인리스 차체 여기저기 녹 발생 논란
-
어때 끝내주지!, 현대모비스, 벤츠ㆍBMW 스웨덴 초청 혹한기 성능 과시
-
'환갑' 아메리칸 머슬카 아이콘, 포드 7세대 '머스탱' 출시... 5990만원부터
-
기본 30만km, 압도적으로 오래 탈 수 있는 차 12개 중 7개가 이 브랜드
-
혼다코리아, 어코드 하이브리드 ‘올해의 하이브리드 세단’ 선정 기념 특별 프로모션 실시
-
프랑스, 환경 보너스 4,000유로로 축소
-
현대오토에버 스마트 홈 플랫폼, 누적 적용 10만 세대 달성
-
HD현대, 대형액화수소운반선 개발 박차
-
현대차ㆍ테이트 미술관 전시 프로젝트, 현대 커미션 2024년 작가 '이미래' 선정
-
애스턴마틴, 신형 밴티지 GT3 레이싱카 공개...진정한 최첨단 GT 레이서
-
'순정은 싫어' 수입차 인포테인먼트 절반 사용 안해...국산차 70% 사용
-
美 PGA 투어 ‘2024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개막...호스트 타이거 우즈 복귀전
-
현대차 WRC, 강렬한 레드로 분위기 확 바꾼 N 로드카 'i20 N Rally1' 공개
-
[뜨거운 희망을 찾아] 양승덕의 국밥 기행 feat. BMW X5...거창한 출사표
-
따뜻한 라떼 한잔 하실래요? 테슬라 사이버트럭 활용법...커피 로드스터
-
과전류 오류로 완속충전 안되는 기아 '레이 EV' 사실상 전량 무상수리
- [유머] 감동실화)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아빠를 구한 2살 아기
- [유머] 미슐랭을 안 좋아하는 사람
- [유머] 세금도둑이 하는 일
- [유머] 19) 독일의 성문화
- [유머] 건설현장 화장실 문을 자꾸 뜯는...
- [유머] 제대로 선을 넘어버린 요즘 군대 근황
- [유머] 귀여운 물개
- [뉴스] 안정환, 과거사 깜짝 고백 '술집서 과일 깎는 아르바이트' 이혜원도 인정
- [뉴스] '38세' 임슬옹, OOOO 주사 맞았다... '남자도 외모 관리 해야해' 소신 발언
- [뉴스] 일자리 찾는 20대 여성들만 노리는 연쇄 살인 용의자... 정체에 '경악'
- [뉴스] 훔친 차로 130㎞/h 운전한 중학생들... 무인점포서 절도까지 하다 붙잡혀
- [뉴스] '성욕 없다며 8년간 부부관계 거부한 남편... '시험관'으로 얻은 딸 몰래 데려가'
- [뉴스] 파격 할인 선언한 박명수 '대학 축제 가고 싶어... 40% 할인해 드리겠다'
- [뉴스] 라이즈 인기 뜨겁다 했더니... 7월 첫 단독 콘서트 '선예매'만으로 전석 매진 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