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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자동차(2) 제발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대화의 시작 '방향 지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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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4-01-17 16:25

이로운 자동차(2) 제발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대화의 시작 '방향 지시등'

AI로 생성한 이미지임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영국 초기 도로법은 자동차의 마차 추월을 금지했다. 세계 최초의 도로 규제인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1865년)은 자동차 최고 속도를 최대 2mph(약 2kmh)로 제한하고 마차가 마주오면 말이 놀라지 않게 반드시 차를 세워야 했다. 추월은 물론 뒤에서 마차가 오면 길을 내줘야 했다.

붉은 깃발법으로 불린 건 마차를 탄 기수가 50m 이상 앞서 달리며 붉은(赤)기와 붉은 등으로 차량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마차 산업을 지키려는 관련 단체의 끈질긴 로비의 결과라는 말도 있지만 당시 주요 이동 수단인 마차의 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던 규제라는 반론도 있다. 

1890년대 말 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근대적 개념의 도로법이 나오기 이전까지 도로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닌 마차였다. 재미있는 것은 마부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채찍을 돌려 주변 마차에 회전 방향을 알렸다는 사실이다. 

초기의 도로가 대부분 편도 1차로였을 때까지 자동차 역시 운전자나 동승자의 수신호로 회전 방향을 표시했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고 가려는 방향을 알리는 식이다. 그러나 도로가 넓어지고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이런 방식에 한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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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동차에서 회전 방향을 알리는 방식도 마부의 채찍과 같은 수동 방식이었다. 미국 발명가인 퍼시 더글러스 해밀톤(Percy Douglas-Hamilton)이 자동차 양쪽 측면에서 팔 모양을 펼쳐 방향을 표시하는 방법을 고안해 특허를 받았지만 대중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유명 여배우인 플로렌스 로런스(Florence Lawrence)가 버튼을 누르면 뒤 범퍼의 좌우에서 깃발이 올라가 회전 방향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를 내놨고 실제 차량에 화살표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기까지 했다.

현대적 의미의 방향 지시등은 1925년 등장한다. 미국 발명가 애드가 왈츠 주니어(Edgar Wal Jr)는 두 개의 깜박이는 화살표와 브레이크 등이 표시되는 최초의 현대적 방향 지시등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 역시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왈츠는 당시 미국의 자동차 회사에 이 획기적 안전장치를 공급하려고 노력했지만 무관심으로 실패했다. 왈츠의 방향 지시등이 주목받고 여러 유사품이 등장했지만 실제 자동차에 적용된 건 역시 미국 발명가 조지프 벨(Joseph Bell)의 전기식 장치가 1939년 뷰익에 최초로 탑재되면서 시작했다.

뷰익은 모든 차량의 후면에 방향 지시등을 기본으로 적용했고 1940년 전면으로 확대하는 한편 회전을 마치고 나면 방향 지시등이 자동 차단되는 기능으로 발전시켰다. 현대적 수준의 방향 지시등을 발명하고 차량에 적용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의무화한 것은 프랑스가 최초로 알려져 있다.

조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멸 방식에서 좌우 회전 방향에 맞춰 순차적으로 점등하는 시퀀셜 타입의 무빙 방향 지시등이 고급 모델을 시작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그리고 차량의 전면과 후면뿐 아니라 측면, 사이드미러에도 방향 지시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들리기 시작하는 소리는 '가상의 사운드'다. 가상의 사운드는 방향 지시등을 켜고 회전을 마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작동해 다른 차량에 혼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청각으로 이를 인지하도록 도입한 것이다. 덧붙여 가벼운 터치로 3회 점멸하고 자동으로 꺼지는 방향 지시등은 2009년 포드가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방향 지시등은 비교적 짧은 역사가 있지만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주변 차량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 장치다. 그럼에도 도로에서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거나 회전하는 차량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회전 또는 차로를 변경하면 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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