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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12-13 10:25
[자동차와 法] 급발진 교통사고에 대한 법원의 입장과 해결 방안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자동차가 갑자기 급가속을 일으키며 통제되지 않는다면?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급발진 의심 결합이 발생, 동승했던 손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도 서울 도심 한복판과 인천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질주해 그대로 인도와 안경점을 덮치기도 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승객을 태운 택시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시속 188km로 질주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차량 결함으로 의심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이 개입된 경우와 차량 결함이 발생한 경우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차량 결함으로 의심되는 급발진 사고에 대한 과실은 대부분 운전자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적인 손해에 대해서도 운전자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만약 차량 결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인 운전자가 형사 범죄자로 규정되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급발진 사고에 대한 법원의 입장
법원은 급발진 사고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형사와 민사 재판으로 구분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이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운전자 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무죄판결(의정부지법 2020노736 판결, 제주지법 2022노1162 판결 등)이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급발진 사고가 차량 결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거되지 않고, 피고인의 과실이 증명되지 않아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즉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인정해서 무죄가 아니라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검사가 운전자의 주의의무위반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해 무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형사재판에서는 자동차의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민사재판에서 급발진 사고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현재까지 법원 판결 중 급발진을 인정해 확정한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급발진으로 비상점멸등을 켜고 갓길로 약 300m 이상 거리를 시속 200km로 진행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부부가 사망한 사고는 현재 2심에서 급발진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조사가 불복해 해당 사안을 두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급발진 사고로 동승자인 부인과 딸, 외손자 2명 등 총 4명이 사망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형사사건에서 불기소를 결정했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차량 결함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현재 대법원에서 해당 사안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2008년경 외제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당한 조모씨가 급발진 피해를 봤다며 차량 수입·판매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사건(서울중앙지법 2008가단388929 판결)에서는 아래 6가지 사정과 같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될 만한 운전자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차량의 제작상 결함이 추정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있는 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교통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없다.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시동을 건 직후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 사건 사고는 주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시동을 건 직후에 비해 운전자의 과실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이 사건 사고 직전 원고는 위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을 한 상태였는데, 지하주차장 입구가 오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이고 이 사건 승용차가 진행하는 장소가 보행자의 보행을 겸하는 지상 주차장 부근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당시 이 사건 승용차를 가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30m가량 질주하여 화단 벽을 넘어 정면에 있는 위 ○○빌라의 외벽에 충돌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승용차가 상당한 고속으로 주행하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데, 위 주행거리(30m가량)는 원고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을 경우 이를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승용차가 고속상태에 있다는 점만으로는 엔진에서 굉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운전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원고는 위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한 직후 이 사건 승용차의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아 위 ○○빌라의 벽을 향하여 돌진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추론은 건전한 상식에 반한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승용차의 앞면 덮개 및 엔진 부분이 파손되었음에도 사고 직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2010다72045)에서는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이를 판매한 자가 매수인에 대해 부담하는 민법 제580조 제1항의 하자담보책임에 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 완화 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법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에 제품 오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나 핸드폰 등 다른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고장이나 오류가 생기기 마련인데 의아한 부분입니다. 법원에서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인정하는 데 있어 소극적인 판단이 상식과 다른 판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2008가단388929 판결에서와 같이 법원은 급발진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인정에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운전자에게 책임 돌아가
급발진 사고에 대해 과실이나 하자가 드러나면, 밝혀진 대로 책임소재가 정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과실이나 하자가 밝혀지지 않는 급발진 사고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차량결함으로 의심되는 급발진 사고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제조사 역시 차량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수많은 부품 가운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차량결함으로 의심되는 급발진 사고의 경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지 정책적인 논의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대로 소비자 책임이 된다면 운전자가 지속해서 범죄자가 되는 셈입니다. 물론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경우, 그들에게 따르는 금전적 손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운전자든 제조사든 입증에 어려움이 있지만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운전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3조와 같이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며 불량품을 고려해 비용으로 산입할 수 있는 만큼 궁극적인 불이익은 소비자, 운전자가 아닌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정의로운 위험분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자동차와 法]은 2024년 새해부터 다시 연재됩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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