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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1[시승기] 4세대 '혼다 파일럿' 6기통에 10단 A/T...기발한 편의 사양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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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09-01 11:25
[시승기] 4세대 '혼다 파일럿' 6기통에 10단 A/T...기발한 편의 사양 가득
[오토헤럴드=김흥식 기자] 자동차도 유행을 탄다. 차종과 차급 그리고 외관과 실내 디자인 그리고 구성까지 때에 따라 확실한 트랜드가 존재한다. SUV가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가 된 건 오래전부터다. 내수 시장에서 매달 팔리는 신차 가운데 SUV 점유율은 올해 세단을 넘어섰다.
요즘은 덩치가 크면서도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SUV가 잘 팔린다. 차박이든 무슨 용도든 3열이 들어선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김새는 오프로드와 도심 어디나 잘 어울리기를 원한다. 랜드로버, 지프와 같이 오직 오프로드 성능에 방점을 두는 브랜드가 고전하는 이유다.
내수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SUV를 보면 이해가 쉽다. 단일 모델로는 세단이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벤츠 G 클래스, BMW X 시리즈, 볼보 XC 시리즈, 폭스바겐 티구안 등 SUV 전체 볼륨이 만만치 않다. 한결같이 도심과 자연에도 잘 어우러지는 모델이다.
8년 만의 완전 변경, 4세대 혼다 파일럿=요즘 나오는 수입 신차 가운데 중형 이상의 가솔린 SUV가 많아진 것도 우리 시장의 트랜드를 추앙한 때문이다. 오랜만에 신차를 출시한 혼다도 8인승 가솔린 SUV 파일럿(Pilot)을 선택했다. 2002년 데뷔해 2015년 3세대 이후 무려 8년 만에 나온 4세대 파일럿이 선선한 가을바람을 몰고 한국을 찾았다.
작년 11월 글로벌 출시를 했으니까 국내 출시가 늦은 감은 있다. 혼다 코리아의 변은 이렇다. '미국 시장 수요가 워낙 많았다. 반도체나 부품 이슈 때문에 물량이 부족한 것도 있었고 한국 시장의 트랜드에 맞춰서 사양을 조정하다 보니 늦어졌다'라고 했다.
4세대 파일럿의 가장 큰 변화는 동글동글했던 전 세대보다 직선과 각을 살려 SUV 감성을 강조한 외관, 그리고 파워풀해진 동력계에 있다. 여기에 그동안 혼다 라인업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새로운 사양도 추가했다.
반듯반듯, 수평과 직선으로 강인하게=외관에서 가장 돋보인 건 스탠스다.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를 나누는 라인이 이전 세대보다 반듯하고 단순해졌다. 휀더와 휠 하우스 볼륨을 최소화해 간결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준다. 범퍼의 위치가 낮아지고 두께가 더 얇아진 헤드라이트, 글로스 블랙 프런트 그릴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사이즈가 커진 혼다 앰블럼이 그릴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측면은 리어쪽으로 경사를 줬던 전 세대의 루프 라인과 벨트라인을 가능한 곧게 펴고 C-필러와 여기 가니쉬를 직선으로 마감했다. 무엇보다 이전 세대보다 85mm 늘인 전장(5090mm)과 2890mm나 되는 축간거리가 주는 측면 실루엣도 삼삼했다.
후면부 변화가 가장 도드라진다. 보일 듯 말 듯 한 파일럿 배지를 새롭게 디자인한 테일 라이트까지 연결해 놨다. 전체 외관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블랙 하이그로시 또 무광 크롬을 적절하게 사용해 고급스러운 SUV 감성이 잘 살려놨다.
크기 뿐 아니라 다재다능한 공간=파일럿뿐만 아니라 오딧세이나 시빅 같은 SUV 또는 세단을 가리지 않고 혼다 라인업의 가장 큰 무기는 동급에서 가장 여유로운 공간과 기발하고 편리한 시트 배리에이션이다. 3열 이후 공간만 해도 그렇다. 시트를 다 펴고 남는 트렁크 기본 용량이 527ℓ나 된다.
파일럿과 비슷한 크기를 가진 3열 SUV 트렁크는 대개가 500ℓ를 넘지 못하거나 조금 넘길 뿐이다. 파일럿은 3열을 접으면 1373ℓ, 2열까지 접으면 2464ℓ나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2열 가운데 시트는 쉽게 떼어내고 부착할 수 있다. 떼어낸 시트는 트렁크 언더 플로어에 수납할 수 있다. 평소에는 큰 부피의 화물 수납이 가능한 공간이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평평하고 광활한 공간이 꾸며진다. 차체 전고가 1805mm, 천장까지 실내 전고가 중간부 기준 1m를 넘기 때문에 머리를 숙이지 않고 차박이 가능하다. 바닥을 기준으로 하면 아이 정도는 선 채로 이동이 가능한 정도다.
타고 내릴 때 각각 위치가 다른 버튼을 쓰면 3열 탑승도 용이하다. 충분한 개구부가 확보되고 다리 공간도 비좁지 않다. 가장 최근 시승한 국산 3열 SUV는 3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2열과 3열에도 도어 안쪽에 크기가 다른 수납공간을 만들어 놨고 컵홀더, USB 충전 포트, 파워 아웃렛 같은 요긴한 사양을 잘 갖춰놨다.
테일 게이트에도 숨은 기능이 있다. 트렁크에서 양손이 필요한 짐을 내릴 때, 테일 게이트를 닫으려면 바닥에 내려놔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 트렁크에서 파일럿에 처음 적용한 테일 게이트 워크 어웨이 락 버튼을 누르면 짐을 내리고 자리를 떠나도 30초 후 알아서 닫힌다.
내비가 없다, 아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대시보드 주변에는 아쉬운 것들이 많다. 10.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플로팅 타입 9인치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만한 차라면 와이드, 커브드, 빌트인 중 하나는 골랐어야 했다. 기본 맵도 제공하지 않는다.
길 안내를 받으려면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한다. 그나마 블루투스로 자동 연결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 사용자는 나은 편인데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매번 선을 연결하는 불편을 참아 내야 한다. 길 안내 정보를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디지털 클러스터가 공유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대신 직관적 사용이 더 편한 공조 버튼을 아래쪽에 다이얼과 버튼으로 빼내 배치하고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의 크고 작은 수납공간, A 타입과 C 타입을 모두 배려한 충전 포트, 노트북 수납도 가능해 보이는 콘솔 박스 용량은 만족스럽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1열 부는 전부 개방으로 활짝 열리고 2열은 커튼만 걷는 파노라마 선루프, 마이크로 2열과 3열 탑승자에 공지사항을 알려 줄 수 있는 마이크 기능도 제공한다.
10단 A/T로 제어하는 6기통=여기에 10단 변속기=상시 사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는 동력계 변화도 크다. 우선 파워트레인은 4세대 V6 3.5L 직접 분사식 DOHC i-VTEC 엔진이다. 동급의 모델에서 요즘 보기 힘든 6기통으로 최고 289마력 출력과 최대 36.2kgf.m의 토크 성능을 발휘한다. 6기통의 힘은 10단 자동변속기로 제어한다. 기어비가 촘촘한 다단 변속기의 특징은 변속 스트레스가 적고 효율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여기에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이 연료 효율성을 배가 시켜준다.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은 속도나 주행 상황에 맞춰서 사용 기통 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편안한 환경에서는 기통 수를 줄이고 필요한 때라고 판단하면 전체 기통을 가동해 힘을 보탠다. 연비나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커서 요즘 많이 쓰는 기술이다.
덕분에 230km 남짓을 달린 파일럿의 평균 연비는 10km/ℓ를 찍었다. 무게와 크기 배기량을 보면 괜찮은 수준이다. 파일럿의 인증 복합 연비는 8.4km/ℓ다.
주행 성능에서도 전 세대와 다르게 놀림이 빨라지고 가벼워지고 반응이 빨라졌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다. 빠른 발진, 급한 가속을 요구할 때마다 침착하게 대응한다. 좋은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가속 페달 감성이 살짝살짝 경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하체는 고속도로 램프로 빠져나가든, 오르막 내리막길을 빠르게 공략해도 든든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섀시 피드백 감성도 뛰어났다. 앞 서스펜션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멀티링크를 썼다. 혼다 코리아는 서스펜션 튜닝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차체에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고르게 분산해 모든 열 탑승객 전부가 정숙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토크 벡터링 효과는 체험하지 못했다. 흙길이나, 빗길, 눈길 같은 험로에서 후륜 또는 좌우 축으로 힘을 분배하는 매우 요긴한 기술이다.
혼다 센싱(Honda SENSING) 기본 적용돼 있다. 4세대 파일럿에는 90도 시야각을 가진 광각 카메라 그리고 120도 광각 레이더가 새로 탑재됐다. 정속주행, 차선 유지보조. 추돌 경감, 도로이탈 경감, 후측방 경보 같은 안전 성능이 개선됐다. 이 밖에 7개나 되는 주행모드(기본, 스포츠, ECON, 스노우, 트레일, 샌드, 토우)로 안전하고 재미있는 운전을 돕는다.
[총평] 인포테인먼트 사양에 아쉬움이 컸다. 필요한 것은 다 갖춰 놨지만 기본 이상의 첨단 기능도 요즘 차들의 경쟁력이라고 봤을 때, 적극적인 보강이 필요해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덩치가 큰 데도 운전에 큰 부담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숙성을 포함한 승차감도 뛰어났다.
신형 파일럿의 가격은 6940만 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솔린 SUV 포드 익스플로러가 비슷한 사양을 갖췄다고 했을 때의 가격과 비교하면 1000만 원가량 저렴하다. 도요타 하이랜더 동급 사양 가격도 7400만 원대다. 수입차 기준으로 보면 가격 경쟁력도 갖춘 셈이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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